Ordinary Daily Life

[20240310] 반지

반가운비 2024. 3. 11. 12:19

연애로부터 기억하자면 아마도 10년. 결혼부터 생각해보면 7년. 최근 시작한 골프 연습에서, 지난주 어느 날 강습이 끝난 후에, 손가락에 통증이 느껴져서 집에 와 다시 만져 보니, 아마도 가볍게 손가락이 살짝 접질려서 인지 손가락이 조금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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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아내가 미용실에서 식구들과 잡담을 화두가 되었던 이슈는, '골프를 치기 전에 반지를 빼야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문제. 그 다음. 결혼 후 부터라고 하면 무려 20Kg 넘게 찐 살은 손가락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으니, '손가락에서 빠지지 않는 반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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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며칠이나 고민하던 어제 저녁.

유튜브 영상에 나온데로 따라해 보았지만, 쌓인 살들에게 뭐라고 욕해봐야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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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빼는 알아보다, 마침내(?) 절단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더니, 동네 가까운 소방서에서도 가능 하다고 한다. 정형외과를 가야 하나? 근처 금은방을 가야하나? 하고 고민하던 와중에 반가운 정보. 난생처음 119에 전화해서, '급한일은 아닌데, 손가락에 반지가 빠지지 않아서 문의 드립니다.'라고 했더니, 가까운 소방서에 '출동 요청'을 하면 된단다.

 

'휴일에 야근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제가 직접 방문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전화번호와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신다고 해서, 전화로 문의하고 방문한 곳은, 신갈 오거리 부근의 '구갈 안전 센터'. (난생 처음 119 전화를 해보았는데, 긴급 출동이 아니어도 소방서 분들이 참 하시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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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대략 10분 내외의 거리라서, 통화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출발.

 

어 가면서 부터 굉장히 뻘쭘한 기분.

문 앞에서 아마도 전화 통화하신 분이 맞아주신다. 아이고~ 민망하고 부끄러워라....(ㅡ.ㅡ);;;

야간 대기 중이신 대원 분들이 모두 모이셔서 구경 중이시다.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이 고심하고 나서, 제거 시작.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이미 시도해 보았던 여러가지 방법들로 해보아도 쉽지않다.

잠시, 모여 있던 분들이 회의를 하고나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절단하기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절단기와 닛퍼 롱노우즈,벤치 등 온갖 장비를 총 동원해서 절단 하는 동안, '정말 죄송하고 민망합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니, 오늘도 똑 같은 이유로 한 분이 더 다녀 오셨다고 말씀해 주신다. (조금 위안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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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서 비용(?)을 드리려고도 했더니, '그걍 가시면 됩니다.'라고 하신다. 근래 일주일이나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됐건만, 무료라니...

그래도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근처 만두 가게를 들려 반지 제거 작업(?) 부근에 모여계시던 인원만큼 따뜻한 만두를 사다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사코 안받으려 하셨지만, 밤참 삼아 드시라고 후다닥 도망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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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저절로 감량에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빠지겠지하는 생각에, 지난 10년 가까이 기대했을 법한 장면이었건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체중 감량이건 운동이건 난 참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와서 한두시간 정도 반성(?)의 시간을...

그 후, 막상 조금 허전해진 양손가락을 바라보면, 긴 세월 함께해서 마치 신체와 함께 여기며 지나가던 탓인지, 조금은 시원섭섭하다.

 

올해는 아내와 만난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손가락의 움푹 패인 부분이 나름 복구된 후에는, 이렇게 자른 반지들을 리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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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갈 안전센터(소방서) 분들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이 고심하고 나서,
제거 시작.

 

여전히 열심히 모여계시다.

 

여러명이 모여서 여려가자 방법을 제안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절단기와 닛퍼 롱노우즈,벤치 등등 온갖을 동원하는 절단 하는동안, '정말 죄송하고 민망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오늘도 똑 같은 이유로 한 분이 더 다녀 오셨다고 말씀해 주신다.

 

https://youtube.com/shorts/1DkyJP5J5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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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게 다 비슷한건가?'라고 위안을 삼고나서, 다음의 사진은 이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의 결과물.

 

이후로 오랜 시간이 자나고 나서 저절로 감량에 성공한다면 기대했을법한 장면이건만...

 

'무료'라고 하셔서 죄송한 마음에, 부근 만두집에서 갓 찐 만두를 두봉다리 가득 사다 드리고 집으로...

 

정말 감사한 마음은 이런 만두 따위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양손 가락의 빈 자리가... 무려 10년 동안이나 단 한번도 빼지 않았던 반지들은 이미 신체의 일부와 같은 느낌이어서인지,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오른쪽 왼쪽 자주 돌리던 반지가 사라지니 조금 아쉽기도 하고, 뭔가 시원섭섭하다.